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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R LETTER
어느 날 낮의 일을 할 만큼 했는데도 어쩐지 책상을 뜨기가 어려워 그대로 턱을 괴고 쏟아지는 잠에 흐트러지던 차였습니다. 저녁 빛으로 푸르게 잠긴 창문에 스산하게 비쳐 보이던 사람의 그림자는 내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눈코입이 없고 흐릿하게 남은 형상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저 흐릿한 사람이 하는 오피스는 어떨까— 생각에 닿았습니다. 틈만 나면 반대편의 서사로 머릿속이 뭉게뭉게 해지는 일. 해가 저물 무렵 불이 켜지는 작은 오피스의 꿈. 어릴적부터의 버릇이 그날따라 먹먹해지도록 이어지며 넓고도 길게 저녁을 펼쳐냈습니다. Soir(스와)는 프랑스어로 ‘저녁’을 뜻합니다. 주어진 빛이 저물고, 스스로 불을 밝혀야 하는 시간입니다. soir@araby.kr